디지털 금융 소외와 포용적 금융정책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금융 서비스는 편리성, 접근성,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모바일뱅킹, 핀테크 애플리케이션, 비대면 금융서비스 등은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금융 혁신이 모든 사람에게 균등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디지털 역량, 접근성, 정보격차 등으로 인해 특정 인구집단은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디지털 금융 소외’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디지털 금융 소외의 현황과 원인을 분석하고, 포용적 금융 실현을 위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디지털 금융 소외의 현황과 특성

디지털 금융 소외(Digital Financial Exclusion)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거나 이용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한국은행의 ‘2022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83.2%가 모바일뱅킹을 이용하고 있으나, 60대 이상에서는 이 비율이 41.5%에 불과합니다. 또한 농어촌 지역 거주자의 디지털 금융 서비스 이용률은 도시 지역에 비해 약 24%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디지털 금융 소외의 주요 취약계층은 고령층, 저소득층, 장애인, 농어촌 거주자,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은 집단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취약성이 중첩되는 경우(예: 농어촌 거주 고령자) 소외 현상은 더욱 심화됩니다.

디지털 금융 소외의 원인과 영향

디지털 금융 소외의 구조적 원인

디지털 금융 소외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 차원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 접근성 차원에서는 스마트폰, 인터넷 등 디지털 기기와 네트워크에 대한 물리적 접근 제한이 있습니다. 둘째, 역량 차원에서는 디지털 기기 사용능력, 금융 이해력(Financial Literacy)의 부족이 있습니다. 셋째, 설계 차원에서는 취약계층의 필요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서비스 설계가 문제가 됩니다. 넷째, 제도적 차원에서는 오프라인 금융 인프라의 축소와 디지털 전환에 대한 대안 부족이 소외를 심화시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금융기관의 급격한 디지털화와 대면 창구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며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문제가 가중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시중은행 지점은 약 15% 감소했으며, 특히 농어촌 지역의 감소율은 23%에 달합니다.

디지털 금융 소외의 사회경제적 영향

디지털 금융 소외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실질적인 사회경제적 불이익으로 이어집니다. 첫째, 금융거래 비용 증가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발생합니다. 비대면 채널 이용 시 수수료 우대, 금리 혜택 등에서 소외되어 동일한 서비스에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둘째, 금융 서비스 접근성 제한으로 인해 저축, 투자, 보험 등 기본적인 금융 니즈 충족이 어려워집니다. 셋째, 금융정보 격차로 인한 불평등이 심화됩니다. 금융상품 비교, 시장 정보 접근 등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한국소비자원(2021)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금융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동일 금융 상품에 대해 약 4.2%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외 포용적 금융정책의 현황과 평가

포용적 금융(Financial Inclusion)은 모든 개인과 기업이 적정한 비용으로 유용하고 책임 있는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포용적 금융정책은 특히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을 포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영국의 ‘금융 포용성 접근법(Financial Inclusion Approach)’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정책은 은행에 취약계층을 위한 기본 계좌(Basic Account) 제공 의무화, 금융교육 프로그램 확대, 지역 금융 인프라 유지를 위한 ‘접근성 표준’ 도입 등을 포함합니다.

한국의 경우, 금융위원회가 2020년 ‘디지털 포용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2021년 ‘디지털 금융 이용 지원 종합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으로는 고령층·장애인 등을 위한 디지털 금융교육 확대, 은행 창구의 ‘디지털 도우미’ 배치, 키오스크 사용 편의성 개선, 대면 서비스 유지 권고 등이 있습니다.

포용적 디지털 금융을 위한 정책 제언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소외 없는 포용적 금융 생태계 구축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 방향을 제안합니다.

첫째, ‘디지털 금융 보편접근권’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금융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금융기관에 취약계층을 위한 대체 서비스 제공 의무를 부과하는 법적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프랑스의 ‘은행 계좌 접근권(Droit au compte)’ 제도는 좋은 참고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디지털 금융 리터러시 교육의 실효성 강화가 중요합니다. 현재의 일회성, 이론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실제 금융앱 사용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형 교육과 맞춤형 멘토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특히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금융 도우미’ 제도를 지역 단위로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디지털 금융 혁신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로 인한 혜택이 사회 전체에 고르게 분배되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정책적 과제입니다. 디지털 금융 소외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형평성과 포용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향후 디지털 금융 정책은 효율성과 혁신뿐 아니라, 접근성과 포용성을 핵심 가치로 설정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을 통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leaving no one behind)’ 금융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취약계층을 위한 배려를 넘어, 금융 시스템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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