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사회의 돌봄 체계가 가진 구조적 취약성과 불평등을 극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돌봄 시설의 운영 중단, 가족 내 돌봄 부담 증가, 돌봄 노동자의 위험 노출 등 다양한 돌봄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이러한 위기 경험을 바탕으로 더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적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 연구는 코로나19가 돌봄 영역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미래 돌봄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코로나19와 돌봄 위기의 구조적 원인
코로나19는 새로운 돌봄 위기를 창출했다기보다, 기존의 구조적 문제를 더욱 가시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돌봄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 돌봄의 사회적 가치 저평가와 젠더화된 책임 구조입니다. 팬데믹 기간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률은 남성보다 2.5배 높았으며, 이는 주로 가족 돌봄 부담 증가에 기인했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21)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에서 여성이 담당하는 자녀돌봄 시간은 코로나 이전 대비 주당 14.8시간 증가한 반면, 남성은 5.2시간 증가에 그쳤습니다.
둘째, 공적 돌봄 인프라의 취약성입니다. 한국의 GDP 대비 돌봄 관련 공공지출은 OECD 평균의 약 60% 수준으로, 위기 상황에서 공적 돌봄 체계가 충분한 버퍼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장애인, 노인 등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집단을 위한 긴급 돌봄 체계가 미비했습니다.
셋째, 돌봄 노동의 불안정성과 저평가입니다. 돌봄 노동자의 75.3%가 비정규직이며, 평균 임금은 전체 노동자 평균의 68.5%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불안정성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돌봄 서비스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돌봄 환경의 변화
비대면 돌봄 서비스의 확산과 한계
팬데믹은 돌봄 서비스 제공 방식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원격 건강관리, 비대면 교육, 디지털 돌봄 플랫폼 등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원격 돌봄 서비스 이용자는 2.7배 증가했으며, 특히 노인 원격 건강관리 서비스 이용률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대면 서비스는 디지털 접근성 격차, 직접적 신체 돌봄의 제한, 정서적 지원의 한계 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특히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은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비대면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는 돌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지역사회 기반 돌봄의 중요성 부각
코로나19는 대규모 집단 시설 중심 돌봄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지역사회 기반 돌봄(Community-based Care)의 중요성을 부각시켰습니다. 요양병원, 장애인 거주시설 등 집단 시설에서의 집단감염은 탈시설화와 커뮤니티케어 정책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팬데믹 기간 중 일부 지역에서 실험적으로 도입된 ‘마이크로 커뮤니티’ 모델(소규모 돌봄 공동체)은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필수 돌봄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서울시 ‘돌봄 SOS센터’의 경우,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지역 기반 돌봄 서비스 연계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돌봄 정책의 방향
코로나19 경험을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돌봄 정책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 돌봄 인프라 강화와 보편적 접근성 확대
첫째, 공적 돌봄 인프라의 양적·질적 확충이 필요합니다. 특히 지역 간 돌봄 격차 해소를 위한 농어촌 및 중소도시 돌봄 인프라 확충, 긴급 돌봄 체계 구축 등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GDP 대비 돌봄 관련 공공지출을 단계적으로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이는 목표가 설정되어야 합니다.
둘째, 돌봄의 보편적 권리 관점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대상별, 부처별로 분절된 돌봄 서비스를 통합적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모든 시민이 생애주기별 필요에 따라 적절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돌봄 보장’ 체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돌봄 노동의 가치 재평가와 돌봄 경제 육성
돌봄 서비스의 질은 돌봄 노동자의 처우와 직결됩니다. 돌봄 노동자의 임금 인상, 안정적 고용 보장, 교육훈련 기회 확대 등을 통해 돌봄의 사회적 가치를 재평가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돌봄 일자리를 ‘그린 뉴딜’과 같은 국가 발전 전략과 연계하여 양질의 일자리로 육성하는 접근이 중요합니다.
결론
코로나19는 돌봄의 사회적 중요성과 현 체계의 취약성을 동시에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위기는 기존 시스템의 약점을 드러내는 동시에 변화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돌봄 정책은 단순히 이전 상태로의 복귀가 아닌, 더 회복력 있고 포용적인 새로운 돌봄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특히 돌봄을 개인과 가족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 돌봄의 경제적·사회적 가치에 대한 재평가, 그리고 다양한 돌봄 주체 간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미래의 위기 상황에서도 지속가능한 돌봄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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