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기본소득과 선별적 복지제도는 종종 상호 대립적인 개념으로 인식되곤 합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두 제도가 반드시 상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기본소득과 선별적 복지제도의 이론적 기반과 실증적 효과를 분석하고, 두 제도의 상호보완적 관계 구축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기본소득과 선별적 복지의 이론적 기반
기본소득은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로, 보편성과 무조건성을 핵심 원칙으로 합니다. 반면 선별적 복지제도는 특정 조건(소득, 자산, 연령 등)을 충족하는 대상에게만 급여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두 제도의 철학적 기반은 상이합니다. 기본소득은 모든 인간의 기본적 생존권과 사회적 지분권(social dividend)에 근거하며, 선별적 복지는 사회적 효율성과 자원의 공정한 분배에 초점을 둡니다. 그러나 두 제도 모두 사회구성원의 기본적 필요 충족과 사회통합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공유합니다.
기본소득과 선별적 복지의 상호보완 가능성
사각지대 해소와 낙인효과 감소
선별적 복지제도의 주요 한계점은 복지 사각지대 발생과 수급자에 대한 낙인효과입니다. 복잡한 선정기준과 신청절차로 인해 실제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 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1)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경우 수급자격이 있음에도 실제 수급하지 못하는 비율(사각지대)이 약 24.7%에 달합니다.
기본소득은 모든 시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되므로 행정적 사각지대를 원천적으로 해소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두가 받는 급여’라는 특성으로 인해 복지수급에 따른 낙인효과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실험(2019-2020)에서는 참여자의 87.2%가 “복지수급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감소했다”고 응답했습니다.
복지함정 완화와 노동유인 제고
선별적 복지제도의 또 다른 문제점은 소득이 증가하면 급여가 감소하는 구조로 인한 ‘복지함정'(welfare trap)입니다. 이는 수급자의 노동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의 경우, 노동소득이 증가하면 급여가 삭감되는 ‘구간별 급여감소율’이 최대 80%에 달해 실질적인 추가소득은 20%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반면 기본소득은 노동여부나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지급되므로, 추가 소득에 대한 한계세율이 낮아 노동유인을 저해하지 않습니다.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2017-2018)에서는 기본소득 수급집단이 대조군보다 연간 근로일수가 6.3일 더 많았으며, 근로소득도 평균 4.6% 높게 나타났습니다.
한국 맥락에서의 상호보완적 모델 제안
한국의 복지체계에서 기본소득과 선별적 복지의 상호보완적 모델은 다음과 같이 설계될 수 있습니다.
첫째,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되, 그 수준은 최저생계비의 30~40% 정도로 설정합니다. 이는 절대적 빈곤 해소가 아닌 ‘부분적 기본소득’으로, 기존 복지제도와의 재정적 양립가능성을 높입니다.
둘째, 기존의 선별적 복지제도는 유지하되, 특별한 필요(장애, 질병, 주거 등)에 초점을 맞추어 재구조화합니다. 소득보전 기능은 기본소득이 담당하고, 선별적 복지는 특수한 필요에 대응하는 보충적 역할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셋째, 행정체계를 통합하여 기본소득 지급과 선별적 복지서비스를 연계합니다. 이를 통해 행정비용을 절감하고 수급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결론 및 정책적 함의
기본소득과 선별적 복지제도는 상호 대립적 관계가 아닌, 각각의 한계를 보완하는 상호보완적 관계로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보편성을 통해 사각지대와 낙인효과를 해소하고, 선별적 복지는 특수한 필요에 대응하는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보완적 모델은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급속한 인구고령화와 노동시장 불안정성 증가로 인해 전통적 복지국가 모델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기본소득과 선별적 복지의 장점을 결합한 혼합모델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향후 연구에서는 구체적인 재정모델과 제도설계, 그리고 실증적 효과 분석을 통해 두 제도의 최적 결합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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