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는 이윤 극대화보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우선시하는 경제활동 영역으로,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다양한 조직 형태를 포괄합니다. 한국에서는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이후 사회적 경제 영역이 급속히 확대되어, 2022년 기준 약 2만 5천여 개의 사회적 경제 조직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들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영향력 측정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본 연구는 사회적 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 결정요인과 성과 측정 방법론을 분석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사회적 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 결정요인
사회적 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은 재정적 자립과 사회적 미션 유지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두 목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사회적 경제 조직의 핵심 과제입니다.
재정적 지속가능성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데이터(2021)에 따르면, 인증 사회적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7%로, 재정적 자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회적 경제 조직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성, 시장 경쟁력, 자원 동원 능력 등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성공적인 사회적 기업들의 특징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하이브리드 가치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 고용 카페 ‘카페 자비’는 고품질 커피와 전문 바리스타 트레이닝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취약계층 고용이라는 사회적 미션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정적 지속가능성은 자금조달 다각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정부 보조금에만 의존하는 조직보다 영업수익, 임팩트 투자, 기부금, 크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재원을 확보한 조직이 더 높은 생존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적 미션 지속가능성
재정적 생존을 위해 원래의 사회적 미션에서 이탈하는 ‘미션 드리프트(mission drift)’ 현상은 사회적 경제 조직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요소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추적 연구(2020)에 따르면, 설립 후 5년이 경과한 사회적 기업의 약 24%가 취약계층 고용 비율 감소 등 미션 드리프트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션 지속가능성의 핵심 요인으로는 거버넌스 구조, 조직 문화, 리더십 특성 등이 중요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민주적 거버넌스 구조를 갖춘 협동조합 모델의 조직들이 미션 지속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적 경제 조직의 성과 측정
사회적 경제 조직의 성과는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포함한 통합적 관점에서 측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의 측정은 방법론적으로 여러 도전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주요 성과 측정 방법론
현재 활용되고 있는 주요 성과 측정 방법론으로는 사회적투자수익률(SROI), 사회성과인센티브(SPC), 사회적 회계(Social Accounting) 등이 있습니다. 각 방법론은 고유한 강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SROI는 창출된 사회적 가치를 화폐가치로 환산하여 투입 대비 산출의 비율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직관적 이해와 비교 가능성이 장점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회적 가치를 화폐화하는 과정에서 주관성과 임의성이 개입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개발된 사회성과인센티브(SPC)는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화하고 이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로, 2022년까지 누적 250여 개 기업이 참여했습니다. 이 모델은 성과 측정과 보상 체계를 연계했다는 혁신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측정의 도전과제와 개선방향
사회적 성과 측정의 주요 도전과제로는 표준화와 객관성 확보, 장기적 영향 포착, 측정 비용 및 전문성 등이 있습니다. 특히 소규모 사회적 경제 조직들은 성과 측정에 필요한 자원과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①측정 프레임워크의 표준화와 간소화, ②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측정 비용 절감, ③섹터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표 개발 등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사회적가치 지표(SVI)’와 같이 지역 특성을 반영한 측정 도구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적 경제 생태계 구축 방안
사회적 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해서는 개별 조직 수준을 넘어선 생태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정책적 방향을 제안합니다.
첫째, 사회적 금융 체계 확립이 중요합니다. 현재 한국의 사회적 금융 규모는 GDP 대비 0.2% 수준으로, 영국(1.2%), 미국(0.8%)에 비해 크게 부족합니다. 사회적 경제 조직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자금조달 경로 구축이 필요합니다.
둘째, 사회적 가치 기반 공공조달 확대가 필요합니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경제 제품 구매는 안정적 시장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현재 1%대인 사회적 경제 조직 제품 구매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가격 외에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는 조달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셋째, 혁신적 협력 모델 촉진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경제 조직 간 협력뿐 아니라, 영리기업, 공공기관,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자원과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최근 주목받는 ‘지역 순환 경제’ 모델은 이러한 협력적 접근의 좋은 사례입니다.
결론
사회적 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성과 측정은 단순한 조직 생존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본질적 목표 달성과 직결된 과제입니다.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미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창출된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소통하는 능력은 사회적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것입니다.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직면한 고유한 도전과제와 성공요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혁신이 사회적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기회를 탐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사회경제 환경에서 사회적 경제의 역할과 적응 전략에 대한 연구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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